매거진
일상 생활 속 소소한 즐거움이 깃든 물건, 사람, 생각을 디자인에 담았습니다.
DDP디자인론칭페어와 함께 당신만의 뷰티풀한 디자인 세상을 만나보세요.
디자인 제품을 어디에 어떻게 판매하실 겁니까, 라는 질문을 드렸을 때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많은 디자이너 분들께서 고민하시는 부분이 바로 이 유통이라는 부분인데 대부분 디자인 전공을 하면서 어떻게 디자인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만 고민하지 그 이후에 본인들이 만든 제품을 어디에 어떻게 유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지 않아서 대부분 잘 디자인된 제품을 창고에 쌓아 두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에 디자인 유통 그 부분 중에서도 특히 해외 유통에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노태그는 지난 10년 동안 디자인 유통에 관련된 업무만 집중해서 사업을 운영해 왔습니다. 첫 번째로 비투비 트레이딩과 비투비 컨설팅을 전문적으로 진행할 한국 제품들 그리고 패션 제품을 수입하고자 하는 바이어를 대상으로 저희가 컨설팅 서비스를 진행해 왔고 최근에는 올해 기준으로 한국디자인진흥원 한국공예진흥원, 경기도 주식회사, 한국국제교류진흥원 4개 기관에 해외 수출 컨설팅을 연간으로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저희가 진행해왔던 사업은 지난해 기준으로 저희가 리테일 스토어를 국내외에서 진행을 운영을 해왔고요. 대표적으로 갤러리아 백화점의 기프트숍,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의 기프트숍, 그리고 워커힐호텔, 플라자 호텔, 살림터 1층에 있는 노테크 단독숍 등 12개의 스토어를 운영해 왔습니다. 현재는 크로스보드 플랫폼 사업에 집중을 해 앞으로 10년 동안 진행할 사업 비전 모델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제품의 수출 유통에 관련돼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기본적으로 디자이너 혹은 소상공인 혹은 중소기업에서 디자인 제품을 만들고 보통 한국의 무역상사라고 하는 회사들 혹은 무역 에이전시라고 지칭하는 회사들이 제품을 계약을 합니다. 이렇게 계약을 마치고 나서 그 이후에는 국가별 혹은 지역별로 총판업자라는 분과 계약을 맺고. 그 총판업자는 그 지역에 있는 또 다른 여러 도매상들의 상품을 공급하고 하고 그 도매상을 다시 소매상에 공급을 해서 수출을 하는 이런 형태가 일반적인 일반 소비재 상품의 수출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디자인 제품 같은 경우는 이러한 유통 구조를 따르지 않습니다. 때문에 무역협회라든지 코트라의 자문하시는 분들이나 일반 무역 상사분들께서 디자이너와 컨택을 하게 되면 대부분 얘기가 진행이 되다가 중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사실상 메종 오브제 등 큰 전시행사에 자사 제품을 소개하고 세계의 바이어와 만나고 계약하고 수출하는 형식이 가장 많았죠. 그런데 코로나가 발생하고 최근 2~3년 동안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국제적인 페어 자체가 많이 없어졌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고 온라인으로 진행한다고 하지만 실제적으로 국제 정치가 온라인 영화를 성공한 페어는 사실 없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메종 오브제 같은 경우는 코로나 이전부터 5년이 넘게 온라인페어를 잘 운영해 온 터라 온라인에 입점을 하고 바이어가 발주를 넣고 상품에 대한 디테일한 정보를 볼 수 있게끔 효율적으로 운영을 하고 있어서 적은 비용으로 페어에 참여를 할 수도 있고 바이어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올해 디자인진흥원에서 디자이너들의 메종 오브제 참가를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에 최근 2년 동안 디자인 제품들의 매출을 잘 내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어디에서 매출을 내고 있는지를 보여드리자면 디자이너분들이 수출 유통 전문가가 되셔서 직접 진출할 수 있는 크로스보드 이커머스 플랫폼이 많이 형성이 되어 있습니다. 이런 곳들에 바로 입점을 하셔서 시장을 두 배 혹은 열 배 늘려서 진출하는 것을 추천을 드리고요. 두 번째로 라이프 스타일 제품과 디자인 제품 그리고 일부 패션 제품들은 이 플랫폼을 통해서 많이 수출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쇼피(Shopee) 플랫폼은 동남아시아에서 이미 큰 인기를 확보해 쇼피코리아를 통해서 입점을 하면 본인의 상품을 유통했을 때 아시아 7개국뿐만 아니라 남아메리카 국가까지 한 번에 수출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디자이너 스스로가 본인이 직접 입점이 가능하고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여기에 있는 중간 상인들이 있을 필요가 없게 되었어요. 자롤라 사이트(ZALORA)는 동남아시아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해서 유명한 사이트고 자롤라뿐만 아니라 오세아니아에는 아이코닉(Iconic)이라는 사이트가 이렇게 한국 브랜드가 직접 진출해서 수출을 할 수 있는 창구가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최근 1~2년 동안 활성화가 되면서 배송비도 절약 판매도 많이 늘어나게 되면서 그동안 런던 패션위크나 파리 패션위크의 바이어를 통해 소매상에 입점하는 형태로 수출을 많이 했다면 이제는 소매상이 소비하는 것보다 이런 해당 플랫폼을 통해서 매출이 발생하는 비율이 훨씬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굳이 패션위크에 돈을 많이 들여 진출할 필요가 없어지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저희가 작년까지 12개의 매장을 국내에서 운영을 하다가 온라인 플랫폼 사업을 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플랫폼들이 더 활성화가 되면서부터 더 이상 해외 물건을 사러 오프라인 매장에 가지 않고 그리고 한국 제품을 사러 오지 않고도 바로 직접 구매가 가능한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 디자이너 스스로가 무역 전문가가 돼야 되고 국가별로 이런 채널들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되며 지금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라고 하면 보통 일본, 미국 그리고 우리나라 정도만 생각을 하는데 동남아시아권에 있는 크라우드 펀딩에도 한국 매출 이상으로 잘 되고 대만의 시티 소셜이라는 사이트에도 많은 한국 제품들이 진출해 좋은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디자인에 대해서 혹은 제품의 퀄리티에 쏟는 노력만큼 유통 채널을 찾고 진출하는 데 본인 스스로 할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이런 시스템이 중소기업이나 대기업보다 오히려 새로운 기술을 학습하는 능력을 갖춘 청년 소상공인 혹은 디자이너들에게 더 유리할 수도 있는 시대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본인만의 제품을 가지고서 어떻게 하면 마케팅을 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합니다. 그 방법 중 크라우드 펀딩에 관련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저는 루퍼라는 브랜드를 지금 전개하고 있고 루퍼는 일과 삶에 있어서 여행이라는 방법으로 좀 균형을 맞춰가는 분들을 위한 브랜드예요. 디자인과 기술을 접목을 시켜서 이런 패션 제품들을 만들고 사용하고, 여행할 때 도움이 되는 그런 애플리케이션까지 같이 개발을 해서 스마트 패션 브랜드로서 전개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만들었던 제품이 백팩이었는데 이 제품은 2박 3일, 3박 4일 짧은 여행 가실 때 캐리어가 조금 부담되는 분들을 위해서 만든 캐리어 스타일의 백팩입니다. 그 이후에는 비즈니스에 필요한 그런 서류 가방들 그리고 일상에서 또 쓸 수 있는 가방 그리고 최근에는 저희가 이제 자전거로 출퇴근하시는 분들을 위한 좀 가벼운 가방들을 만들었습니다.루퍼는 설립부터 지금까지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서 먼저 고객분들에게 만나는 그런 회사입니다. 그 동안에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까지 해서 크라우드 펀드로 약 한 3억 원 정도 누적 금액을 모금한 적이 있고요.크라우드 펀딩은 군중과 자금을 모은 곳의 합성어죠. 그래서 내가 어떠한 개발한 제품 또는 우리 자사의 제품을 선보이기 전에 소비자에게 이런 걸 만들었으니 선 주문 형태로 펀딩을 해 주시라, 펀딩 모금 금액이 이제 모이면 배송을 하겠다, 하면서 그분들께 할인 혜택이라든지 또 다양한 리워드들을 제공함으로써 보상합니다. 크라우드 펀딩만의 새로운 시장이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이 제품을 기획하고 개발할 당시에 생각했던 고객과 다를 수도 있어요. 크라우드 펀딩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처음 선보이는 공간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새로운 제품에 관심이 많고 그리고 그 중에서도 신기술이라든지 생활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제품들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이 하세요. 그러다 보니 얼리 어답터들이 주로 참여하시는 것 같고요. 그런 분들은 굉장히 전문가이기도 해요. 그래서 펀딩을 할 때는 그런 분들을 타겟팅하고 연령대로 봤을 때 20~40대가 많았습니다. 펀딩 플랫폼들의 가입자에 대한 통계치만 봐도 남성분들이 여성분들보다는 좀 더 많은 비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루퍼는 여행자를 위한 제품이 많습니다. 이 제품을 처음으로 선보일 때 어떤 사람들이 반응할까 고민했을 때, 크라우드 펀딩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주로 와디즈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많이 런칭을 하고 있고 한 10건 넘게 펀딩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면 상세 페이지를 어떤 식으로 만들면 좋을까요. 첫인상은 강렬하게 주는 게 좋아요. 제품을 중심으로 강렬하게 보이게 디자인적인 요소를 다 모바일에 최적화시켜서 화면을 만들고 있어요. 사진을 임팩트 있게 찍는 것도 중요하죠. 패션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온전히 제품을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서 제품 사진을 중심으로 찍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실제로 와디즈라는 플랫폼에서 잘 어우러지게 하는 것 때문입니다. 브랜딩이라든지 이런 요소를 좀 높이기 위해서 상세 페이지 많이 구성을 하고 싶지만 런칭하고자 하는 이 플랫폼마다의 또 색깔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자칫 잘못 충돌하게 되면 저희 제품이 너무 눈에 띄지 않는다거나 또는 너무 많은 색깔 요소들이 있으면 아무래도 어지럽기에 저희는 정해진 톤앤매너로 플랫폼사의 색깔을 하나 넣고, 글씨색은 검정색으로 위주로 하고 저희 제품이나 자사 컬러를 하나 넣어 전체적으로 플랫폼의 상세 페이지인데 마치 우리 것 같이 보이도록 하는 것이죠.또 카피를 좀 매력적으로 만드는 걸 좋아해요. 너무 어려운 그런 단어를 쓰기보다는 어떻게 보면 10대부터 60대 70대까지도 펀딩할 수 있기 때문에 저희는 다 그런 모든 연령의 눈높이에 맞는 일종의 재미있는 텍스트를 쓰고 있는데. 상세 페이지에 대한 기능 설명하기 이전에 아이콘으로 제작을 하고 도입부 형태로 한번 읽어보고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상세 페이지가 길어진다 하더라도 꼭 넣어야 할 것은 제품의 실제 사이즈입니다. 사용자들은 디테일한 부분도 굉장히 유심하게 봅니다. 요즘에는 환불이나 교환 같은 게 플랫폼 측에서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돼 있기 때문에 배송을 해놓고서 혹시 불필요한 환불이나 반품 사태를 방지하시려면 명확한 정보를 최대한 적는 게 좋습니다.품질적인 부분에서 재료라든지 또는 특허라든지 이런 장점이 있다면 빠짐없이 넣었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소비자들은 일반적으로 작품을 구입한다는 생각도 있겠지만 아직 있지도 않은 회사 또는 제품을 사전에 선주문을 통해 투자한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에 이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확보할 만한 정보를 얻고 싶어 하세요. 창업자의 스토리라든지 제품이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적극적이고 매력적으로 어필하는 게 좋아요.리워드 구성은 슈퍼 얼리버드, 얼리버드, 클라우드 펀딩 스페셜 이런 식으로 명칭을 정해서 세 가지의 가격 구성을 하고 있고요. 펀딩을 하기 이전에 적어도 2주 내지 한 달 전부터 사전 마케팅을 많이 하는 게 좋아요. 우리가 언제 어디서 이런 제품을 펀딩으로 런칭할 건데 하는 점을 미리 사전에 알려드리는 거죠. 평균적으로 저희가 예를 들면 한 1천 명 정도에게 알렸다면 한 200명이 사이트에 들어와 보게 됩니다. 팁으로 배송비는 양해를 구하고 받는 게 좋습니다. 펀딩하는 중간에 저희가 갖고 있는 SNS 채널 또는 자사로 유입하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야 해요. 펀딩이 너무 잘 돼서 1천 명, 2천 명이 구입하셨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그분들이 펀딩이 끝나고 나면 그분들의 리스트를 가질 수 없어요. 펀딩이 반응이 좋으면 좋을수록 이분들을 자사와 이후에도 계속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다양한 이벤트를 할 수 있는 우리 채널에 유입을 해야 해요. 상세준비가 다 되었으면 url단축 사이트 ‘비틀리’를 통해 링크를 단축시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홈페이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고객분들은 대부분 포털 사이트를 통해서 검색을 한번 하고 들어오기 때문에 홈페이지는 있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동영상인데요. 많은 분들이 아마 비용 때문에 고민하실 것 같은데 비기너 유튜버분들과 함께 영상을 만드는 것을 추천드려요. 저희는 제품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는 방법으로 유튜버분들을 찾아서 리뷰를 맡깁니다.PR은 구글링을 해서 우리 제품과 유사한 제품의 기사를 써보신 기자분들한테 한 페이지짜리도 보도자료를 만들어 보내드려요. 열심히 보내면 어쩌다 우리 제품을 기사로 써주는 분이 있어요. 와디즈 같은 플랫폼 측에서는 이런 걸 똑똑하게 잘 알고 유료 광고 툴을 만들어놨어요. 직접 하는 것보다는 크라우드 펀딩을 알고 있는 와디즈에 광고하는 것도 효과가 좋았던 것 같아요.크라우드 펀딩은 시작하기 전부터 마칠 때까지 정말 전력 질주를 해야 되는 되게 굉장히 어려운 플랫폼입니다. 크라우드 펀딩을 준비하실 때에는 정말 철저하게 준비를 했으면 좋겠고. 사전 마케팅도 꼭 준비하셔서 좋은 성과 내기 바랍니다.
글 / 이세영(그래픽 디자이너, 갤러리조선민화 대표) 한국적 디자인이라고 하면 한국적인 도상, 한국적인 색, 패턴 시각적인 것을 생각하기 쉽다. 여러 가지 한국적인 도상 한국적인 색채, 조형 안에 있는 선 등 여러 가지 모티브를 가져와서 물건에 입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적이라고 하면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스타일로 작업하다가 지금부터 한국적인 디자인을 해야지, 해서 책을 보고 자료를 옮기는 것 정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일반적으로 서양의 타이포그라피나 현대적인 조형에 탐닉해 있는 디자이너들이 전통디자인을 반영하고 싶으면 바로 책을 뒤지기 시작한다. 문양집을 찾고 이미지를 차용해 서 그냥 그래픽적으로 자기화시키곤 한다. 이런 경우 작업의 두께가 얇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디자이너들이 한국적인 분위기(?)를 내기 위해 궁서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은 궁서체를 본문으로 활용할 때 세로쓰기에 맞게끔 설계가 된 서체이다 보니 가로짜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궁서체와 모던한 디자인과는 맞지 않다는 얘기다. 한국적 디자인은 지성을 들여야 한다 한국적 디자인을 과제하듯 한국적인 도상을 찾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일차원적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것도 한국적이고 물 마시는 것도 다 한국적이다. 살아가는 방식도 다 한국적인 건데 일반적으로 한국적이라고 하면 전통만 전제로 한다. 그런데 전통은 이미지나 도상, 색, 선, 여러 가지 것들에 녹아 있다. 그것을 들춰내야 한다. 한국적 디자인도 개인의 안목과 감각에 의해 다르게 표현된다. 한국적 이미지를 살짝 채택하는 것보다 더욱 몰입을 한다면, 그 작업으로 내가 즐겁다면 성공적이라는 얘기다. 디자이너들이 영감을 얻기 위해서는 갤러리, 박물관, 도서관 등을 가야 한다고 말 하는데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한국적인 것은 한국적인 도상하고 아무런 관련도 없다. 무엇을 그려내려면 내가 일단 즐거움 속에서 그 대상 속 대상과 함께해야 얻어진다는 것이다. 그 즐거움 속에서 내가 그 무엇인가에 한없이 몰입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몰입은 앉아서 정신적으로 투자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료를 찾기 위해서 일차적으로 손을 뻗쳐서 찾는다면 만인의 편견이 함의된 것이기에 일단 부정해야 하고, 두 번째 것도 부정하면서 계속 찾아나가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만약 모든 디자이너들에게 한국의 색이라는 과제를 내줬다면 백의 민족, 오방색, 단청 등을 생각하기 쉽다. 그것을 일단 부정하라는 얘기다. 첫 번째 드는 발상대로 표현을 해버리면 누구에게도 감동을 줄 수 없다. 이처럼 두 번째 레이어, 세번째 레이어, 이렇게 한없이 들춰내야 되는 것이다. 많이 파본 사람일수록 상상력은 자신의 자산이 된다. 거기에 또 즐거우기까지 하면 최고인 것이다. 나는 발품을 많이 파는 편이다. 구름 문양이라면 전통 문양 중에서 구름 문양을 인터넷에 찾아보고 한계가 있으면 서점이나 박물관 등의 도록을 찾는다. 그런데도 해결이 보이지 않으면 문양 전문가를 찾아가는 식이다. 이렇게 골을 파게 되면 그 파헤친 것들이 큰 자산이 되어 쌓이게 되고 거기서 내 작업으로 돌입을 하게 되면 결과물이 크게 달라진다. 창의는 남과는 다른 무엇인가를 내가 빚는 것이다. 지성을 들여야 한다. 한글과 민화에서 발견되는 불가사의한 미의 서계 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창의적인 것이 바로 한글과 민화라고 본다. 우리만의 어떤 창의로 빚어진 문자와 그림이니까. 한글도 처음에는 집현전 학자들이 언문이라고 반대했고 최근까지 정사각형 틀 안에서 500여 년 동안 갇혀 있었다. 세종대왕이 한글 자체를 네 모 틀 안에 구겨 넣으라고 설계를 한 게 아님에도 한글은 구속된 채 지내왔다. 사실 한글은 초성과 종성을 똑같이 가는 것으로 설계해 정사각형 밖으로 나가는 것도 있었다. 윗선은 맞지만 밑에는 들쭉날쭉하게 설계가 되어 있다. 현대 디자인에 와서야 정사각형 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민화 역시 천대받기는 마찬가지였다. 문인화나 궁중화만 대단한 예술로 취급했고 민화는 속화로 분류돼 그림 취급도 하지 않았다. 일본의 야나기 무네요시라는 사람이 “조선 땅에 가니까 불가사이한 미의 세계가 있다”고 소개하면서 많은 일본 사람들이 우리나라 와서 민화를 사들였다. 일본 문화 속에서 볼 수 없던 그 미의 세계가 조선에 있었던 것이다. 최근 세계에서도 한국 민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 웬만한 조형 예술의 세계와는 다른 무엇이 있다는 것이다. 조선시대에 천대받던 비주류의 예술가들이 굉장히 창의적이고 해학적인 상상력의 절정을 이루었던 것이다. 사실 한국적인 아름다움은 박제화된 미가 아니라 우리 일상에 녹아져 있는, 면면히 흐르고 있는 DNA로서 열정으로 찾으면 찾게 된다. 우리가 무시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관심만으로도 생명에너지가 가득한 예술을 찾아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문자도는 효(孝), 제(悌), 충(忠), 신(信), 예(禮), 의(義), 염(廉), 치(恥)라는 여덟 가지 한자로 표현하는데 그게 사실 유교의 덕목을 이야기한 것이다. 처음에는 그 고사 하나하나가 다 충실하게 묘사된 그림을 그렸겠지만 가면 갈수록 문자도가 장식적으로 바뀌었다. 한자에 동그라미가 나타나고 있다. 어느 날 나는 문자도에서 믿을 ‘신’자에 받침 네모가 동그라미로 바뀌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대단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디자이너들이 조형을 다루다 보면 조형의 가장 근원을 원이라고 생각한다. 원은 우주를 상징할 수 있고 모든 거를 다 상징할 수 있는데 형태가 바뀌어도 제대로 읽힐 뿐만 아니라 더욱 심오한 뜻이 내재되는 것이다. 150년에서 200년 전에 굳이 네모를 동그라미로 틀었던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 빚어진 자기 조형 세계 안에서 세상에 없는 글자를 만들어내고 있었던 위대한 디자이너들이었던 것이다.
글 / 이길형(2021 ddp디자인페어 총감독) 커뮤니케이션은 미디어의 진화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기반으로 어떤 채널을 통해 경험적 가치를 제공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접점에서 소비자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합니다. 아날로그적 커뮤니케이션은 ARTISTIC(예술적), METAPHOR(은유), CONCEPTUAL(개념)이 중심이었다면 이젠 REAL, PATAPHOR, EXPERIENTIAL로 보다 직관적으로 한번에 마음을 움직이고 지금 눈앞에 생생하게 이미지네이션(IMAGINATION)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품의 보이지 않는 가치를 눈에 보이게 손에 잡히게 만드는 전략과 안심적 코드가 요구됨을 알 수 있습니다. 더욱 디지털시대 소비자의 시간의 결핍, 관심의 결핍, 신뢰의 결핍을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직관에 의해 행동을 유발시키고 테크놀러지(TECHNOLOGY)로 소비자와 체험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으로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이제 디자이너는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으로 자신의 의도를 대신하고, 인식해주는 적정기술, 감각을 최대한 경험, 버려지는 것에 대한 재해석, 빛·우주·미래적 요소를 결합, 소소한 즐거움, 가벼운 휴식과 힐링, 공유의 가치, 이동·변형의 멀티기능, 위기·안심코드에 의한 일상용품을 쉽게, 간결하게, 재미있게 비주얼화 할 수 있는 융합적 사고를 전개하는 큐레이터의 역할을 담당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디자인은 기술과 휴머니티가 융합되어 일상에서 체감하는 불편요소를 발견하고, 수요자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또한 공공디자인 가치 실현을 위해 편리한 일상과 안전을 위한, 쾌적한 환경과 모두를 위한 공유디자인으로 새로운 형태와 대상의 창조를 넘어 조화와 균형에 바탕한 올바르고 행복한 인간 생활과 문화 창조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디자인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 시대에 대비해 사회적 이슈를 공론화하여 그 해결점을 제시하는 것도 디자인의 역할입니다. 즉 "좋은 디자인은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글 / 2021 DDP 디자인 페어 생활리빙 큐레이터 손동훈 대표(아뜰리에 에스오에이치엔)DDP 디자인페어의 생활리빙 큐레이터로서 소상공인과 디자이너들 사이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데 함께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면서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가상세계 플랫폼이나, 온라인 컨텐츠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그러한 경험매체가 중요해진 것이 사실입니다만 여전히 사람은 만져지고 느낄 수 있는 감각에 대한 가치를 추구한다는 것을 좋은 컨텐츠가 있는 오프라인 전시들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보면서 실감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은 생활 리빙 제품들을 보는 눈이 더욱 신중해지고 책임있는 소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시기가 DDP디자인페어를 통해 우리가 무심코 사용해왔던 생활 리빙 제품들을 디자이너와 상인분들이 새롭게 해석하여 선보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생활리빙 분야가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광범위하고 다양한 제품들이 선보여지기 때문에 진행에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디자이너와 상인분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DDP 디자인 페어에서는 작년에 이어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생활리빙 제품들을 보실 수 있게 준비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여러 디자이너들이 각 소재와 컬러를 대표하는 기업들과 함께 생활리빙, 가구, 조명 제품들로 풀어내는 협업 방식의 변화로 보다 더 다채로운 컨텐츠를 선보이고자 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디자이너와 상인, 그리고 큐레이터분들 사이에 각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분야의 경계를 넘나드는 소통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번에 디자이너와 상인분들과의 교량역할을 하면서 느꼈던 점은 먼저 코로나로 대면 미팅이 어려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협업을 해주시는 모습에 감사한 마음이었고 저 또한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기에 함께 하고 싶은 기업들이 있었는데 그래서 매칭되신 디자이너분들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특히 해마다 꾸준히 참여해주신 상인분들과 디자이너분들에게는 함께 행사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동료와 같은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처음으로 시도되는 디자이너와 상인들간의 협업의 장을 열어가고 있는 DDP디자인페어는 점점 더 그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일이든 첫술에 배부른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하나씩 모여 시간이 지나면 그 가치가 빛을 발하게 될 것입니다. DDP디자인페어는 단지 1년을 위한 페어가 아니라 5년, 10년을 향한 두터운 걸음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글 / 마리오 갈리아르디 (Mario Gagliardi) 마리오 갈리아르디(Mario Gagliardi, 오스트리아) Mario Gagliardi Design의 대표로 알레싼드로 멘디니와 리햐르트 자퍼 밑에서 디자인을 수학하고 필립스 전자에서 산업디자인에 입문했다. 한국에서 한국디자인진흥원(KIDP) 컨설턴트, LG생활건강 최고디자이너, 삼성IDS 컨설턴트, 오스트리아 연방과학부 컨설턴트, 카타르재단 CEO를 지냈다. IDAS-홍익대와 덴마크 올보르대에서 교수로 역임했다.디자인 협력은 회사와 업체에 투명하고 공정하며 장기적 주안점에 근거한 즉각적인 역량을 더해준다. 다음은 성공적 협업을 달성하기 위한 6대 원칙이다.디자인 협업의 원칙원칙 1. 내 사업과 맞는 인재인가? 기업-디자이너 협업 프로젝트의 출발은 업체에 적합한 디자이너 발굴에서 출발한다. 지인의 소개로, 단지 유명한 디자인 에이전시라는 이유로, 또는 유명한 디자이너가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 등으로 인해서 가장 많은 의사결정 오류가 벌어질 수 있는 단계다. 매 디자인 프로젝트는 독특하다. 그래서 디자이너의 과거 작업 만으로 미래의 작업을 추측하는 것은 옳지 않다. 대신 디자이너와 기업이 좋은 궁합일지 측정할 때 우연에 맡길 것이 아니라 디자인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 디자인 감사가 끝나면 디자이너의 개인적 관심사와 열정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디자이너가 프로젝트에 대한 비전과 예상 클라이언트 업체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발표하도록 한다. (단, 미리 아이디어를 무료로 제공하면 안 되므로 최종 디자인이나 결과물을 공개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디자이너가 해당 프로젝트에 얼마나 진정한 열정과 상상력을 갖고 임할 태도인지 잠재적 클라이언트 업체는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느낄 수 있다.원칙 2. CEO가 몸소 관여한다.성공 기업에는 디자인과 CEO 사이에 남달리 가까운 관계가 형성돼 있다. 소니 초창기 노리오 오가는 모리타 아키오 소니 창업자를 설득시켜 사내 중앙 디자인부를 설립한 후 오가 사장이 직접 관리했다. 그의 감독 하에 구축된 소니 디자인 언어는 1970~1980년대 소니를 세계적 전자용품 업체로 성장시켰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디자인에 대한 열정으로 유명하다. 리햐르트 자퍼가 디자인한 조명을 썼고, 찰스와 레이 이임즈와 디터 람스가 디자인한 브라운 가전을 동경했던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사내 디자인실을 방문해 디자이너들과 토론했다. 일런 머스크도 테슬라의 사내 제품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부서를 직속 관리하고 있을 만큼 디자인을 진지하게 다룬다. 사업체 조직의 일부로서 스며들어 있을수록 디자인도 유용하다. 디자인은 회사 내부의 여러 기능 - 전략, 혁신, 제품개발, 생산, 마케팅, 영업 - 과 교차하기 때문이다.디자인을 사내 기능적 부서 하에 두면 안 된다. 예를 들어보자. 마케팅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다루는 부서다. 반면에 훌륭한 디자인은 사람들이 뭘 원하는가에 대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을 창조하는 일이다. 마케팅 부서의 지휘 하에서 작업하는 디자이너는 디자인은 스타일링(styling) 업무에 그쳐서 제품의 비전을 창조할 수 없게 된다. 또 엔지니어링 부서 밑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는 제품의 미학적·심리적 요소를 무시하고 오로지 기능적 원리에 충실한 디자인을 하게 된다. 디자인을 타 부서에 종속된 업무로 간주하면 디자인의 전략적 측면은 몰살당한다. 디자인은 비전 창출, 혁신, 설득력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전략적 자원인 만큼 기업의 최고경영진의 우선적 관심사여야 한다.원칙 3. 리스크와 보상을 공유한다.이번 기획한 디자인은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것인가? 모든 시도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과거 전통적인 비즈니스 관계에서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 업체측에게 여러 서비스 제공자중 하나였다. 회사는 초빙한 디자이너의 디자인 결과물의 매출 성패를 오롯이 책임졌다. 그러나 새로운 디자인 협업 시스템에서는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가 리스크를 공유한다. 프로젝트 담당 디자이너는 매출의 일정비율을 성과급으로 보상받도록 하면 디자이너는 디자인 외에도 생산공정, 마케팅, 영업 영역까지 적극적으로 협력할 동기를 느낀다. 디자인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면 업체와 디자이너 모두에게 이득이 돌아가도록 한다.원칙 4. 개방성과 투명성진실성 담긴 협업을 위해서는 관여된 모든 당사자들 사이의 신뢰(trust)와 개방성(openness)이 필수적이다. 디자이너는 주어진 프로젝트에 관련된 모든 사항들- 최고경영진에서 생산공장의 세부적 상황까지-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한다. 디자이너에게는 최고경영자에서 생산라인 작업자까지 클라이언트 회사의 모든 구성원들이 동등한 업무 파트너다. 개방적이고 투명한 소통은 신뢰와 공통된 책임의식을 키운다.원칙 5. 프로젝트가 마감되어도 디자인은 끝나지 않는다.디자이너가 신제품 개발 업무를 종결했어도 디자인은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일단 신제품 또는 서비스가 시장에 진출하면 그것은 소비자들과 대화에 돌입한 것과 같다. 소비자들은 디자이너의 의도와 결과물을 브랜드와 연관지어 해석하고 시장 내 경쟁 제품·서비스와 비교해 평가를 내린다. 소비자 피드백과 소비자 경험담은 반드시 디자인 과정으로 재반영시켜 반복적 혁신 작업으로 순환되어야 한다. 기억하자 : 혁신 시도가 실패하는 이유는 아이디어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끈기 부족 때문이다.혁신은 체계화된 역량이어야 하고 디자인은 핵심 경쟁력이어야 한다. 혁신이란 신제품과 새로운 서비스 아이디어 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가치, 경험, 과정, 네트워크를 포함한 시스템 전반이 관여되어야 한다. 더 효과적인 디자인 지원 시스템을 향하여 과거 내가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각 나라의 디자인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해 본 결과, 사업체들은 재정적 지원을 원하지만 굳이 디자이너와 협업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사업체들은 디자이너와의 컨설팅 과정 속에서 부득이 예산 부족 때문에 프로젝트를 중단해야 하거나, 지원금은 확보하되 지원 정책 규정은 회피하기 위해 최종 단계에서 디자인을 미세하게 변형시켜 참여했던 디자이너의 기여를 백지화시킨 후, 지원 프로그램 시한이 종료된 후 개발된 디자인을 생산 출시한 경우도 있었다.디자인 감사 진행 방법디자인 감사는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를 기초로 실시되며, 디자인에 대한 탄탄한 지식을 갖춘 전문가 심사위원들이 진행한다. 감사 예선은 5대 역량축에 준거하며 후보 디자이너들은 심사위원들로부터 0~6까지 수치화된 평가를 한다. 경쟁 참여자들중 최고 점수를 받은 후보에게는 클라언트 기업의 최고경영진과 자유 대화 및 비전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는 본선 심사 자격이 주어진다.역량축 1: 혁신성혁신은 비즈니스의 생명선이다. 디자이너의 혁신적 사고 수준은? 디자이너가 제출한 포트폴리오는 평범한 사고방식과 고정된 형식을 담고 있나 아니면 혁신적인 접근방식과 흥미로운 실험정신을 담고 있나? 이 단계에서 디자이너의 혁신적 사고 수준을 분석하면 미래 작업의 혁신도를 미리 측정할 수 있다. *점수 스케일: 판박이 템플릿 수준은 0점, 양호한 독창성은 3점, 고도의 혁신성은 6점역량축 2: 작업 태도(Stance)디자이너의 작업 태도는 자칫 간과하기 쉽지만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나는 일반적으로 3부류 - 모방자(copiers), 에고이스트(egoists), 이타주의자(altruists) - 로 분류한다. 그 디자이너는 남의 것을 모방하는 경향이 많은가, 프로젝트와 무관한 독자적 디자인을 고수하는 타입인가, 혹은 클라이언트를 위해 프로젝트 마다 새 스타일을 개발하는 타입인가? 만일 여러 회사와 제품에 한 가지 스타일을 일관적으로 적용하는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 보다는 개인적 작업 추구에 더 관심이 많은 타입이다. 협업에 가장 이상적인 디자이너는 자기 스타일 고수 보다 클라이언트 이미지 개발을 우선하는 타입이다.*점수 스케일: 모방자는 0점, 단일 스타일 디자이너는 1~2점, 클라이언트별 여러 다양한 디자인을 수행한 성공 사례 횟수에 따라 3~6점역량축 3: 기량폭(Skill spectrum)후보 디자이너는 좁은 영역에 능한 전문가 타입인가 아니면 다분야 영역에 걸친 다방면적 역량을 갖춘 타입인가? 디자인 관련 분야 - 예컨대, 비즈니스 경영, 엔지니어링, 마케팅 등- 광범위한 지식과 경험이 있나? 디자이너의 역량 범위가 넓을수록 소비자 요구, 기업의 니즈, 시장 압력의 복잡성에 잘 대응할 수 있다. 특히 단일 디자이너 보다 디자인팀과 협업하려는 회사라면 후보 디자이너의 협업 준비성과 동료와 협력 태도를 유심히 관찰한다. *점수 스케일: 단일 분야 전문가는 0~1점, 하나 이상의 타 디자인 영역(산업, 그래픽, 인터랙티브 등)과 협력해 본 디자이너는 2~3점, 비즈니스 경영, 엔지니어링, 마케팅 등 추가 경험이 있는 디자이너는 4~6점역량축 4: 기업 경험 (Corporate experience)후보 디자이너는 기업 내 역학과 구조를 경험해 본 적이 있는가? 기업에서 일해 본 경험은 회사가 원하는 것, 업무절차에 대한 이해도는 디자인 개발과 시장 성공 잠재성을 높인다. 디자인 협업의 궁극적 목표는 우수한 아이디어를 실현시키는 것이며,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화, 생산, 유통, 영업 부문의 지원은 상품의 시장진출 가능성을 높인다.*점수 스케일: 기업 및 상품화 무경험자는 0점, 입문 및 인턴십 경험자는 1~2점, 서너 차례 이상 프로젝트 경험자는 3~4점, 기업과 다수 협업 경험자는 5~6점역량축 5: 협동 준비성 (Cooperation readiness)후보 디자이너는 협업해 본 경험이 있는가 아니면 독불장군인가? 혼자 일하기 좋아하는 개인이라도 누구나 협업을 수련할 수 있고, 협업은 성공적 디자인 개발 과정과 복잡다단한 시장 내 난관을 해결해준다. 디자이너의 작업 스타일은 흔히 이론지향적 혹은 실무지향적이다. 실무경험이 부족한 이론지향적 타입은 실행에 실패하기 쉽고, 실무에 치우친 접근법은 디자인 프로젝트에서 요구되는 디자인적 고려능력이 부족하다. 이론과 실무 경험을 골고루 갖춘 후보자가 가장 이상적이다.*점수 스케일: 약한 협력 준비성~이론과 실무가 겸비된 다경험과 협력 채비 태도 겸비자 순으로 0~6점 ( 사진 ) 협동은 훈련가능하다. 덴마크 올보르 대학 산업디자인 학과 석사과정 수업 중 협업하는 학생들의 모습. ©Mario Gagliardi Design.
글 / 마리오 갈리아르디 (Mario Gagliardi)마리오 갈리아르디(Mario Gagliardi, 오스트리아) Mario Gagliardi Design의 대표로 알레싼드로 멘디니와 리햐르트 자퍼 밑에서 디자인을 수학하고 필립스 전자에서 산업디자인에 입문했다. 한국에서 한국디자인진흥원(KIDP) 컨설턴트, LG생활건강 최고디자이너, 삼성IDS 컨설턴트, 오스트리아 연방과학부 컨설턴트, 카타르재단 CEO를 지냈다. IDAS-홍익대와 덴마크 올보르대에서 교수로 역임했다.현재까지 디자인 지원 정책의 역사에는 두 가지 방법 - 프로젝트 핸드홀딩(hand-holding)과 스타트업 후원(start-up financing) - 이 있다. 19세기부터 2000년 즈음까지 산업생산이 주축이 된 경제에서 디자인은 핸드홀딩 프로젝트로 이루어졌다. 이 경우 디자이너는 회사에 초빙돼 사내 비용의 일부를 할애받아 추진되는 프로젝트에 참여해 작업했다. 이 방식은 디자인이 기업에 부가가치를 더해주는데 유용했지만, 개시 단계의 재정 지원이 마감되면 프로젝트 후기 팔로업(follow-up)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그 회사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 프로젝트로 끝난 후 잊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00년 즈음, 전반적인 ‘경제의 금융화(financialization of economy)’는 새로운 디자인 지원 모형이 등장했다. 국가 부처나 투자 취합자(예를 들어 인디고고, 킥스타터 등) 스타트업의 재정을 직접 후원을 받아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펀딩 붐은 초기 몇 년 주목을 받았지만 신생 스타트업들은 후한 재정 후원에도 불구하고 기대와 달리 착상에 실패하는 경우가 빈발했다. 고액의 펀딩 투자금을 모아 단기간 고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압박은 신흥 스타트업들이 사업을 과장 홍보하게 만든 요인이 됐다. 그 결과 일부 프로젝트는 추측에 근거한 투기로 전락하곤 했는데, 1) 디자인 경쟁력 부족, 2) 제품개발 경험 부족, 3) 제품생산과 유통·물류 상의 문제해결 실패의 원인이었다.핸드홀딩 모델의 단점은 단기적 시야와 사후 분석의 부재(follow-up analysis)다. 일시적 디자인 작업은 디자이너의 전폭적 참여가 결여된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 모델 역시 단기주의를 개선하지 못했다. 스타트업은 무에서 등장해 빠른 시일 내로 급성장해 개발-생산-영업-유통까지 전 비즈니스를 완벽하게 소화해주길 기대받는다. 핸드홀딩 모델의 경우, 가령 기업은 자전거 생산을 위해 바퀴를 발명할 필요가 없다. 기성 기업은 디자이너를 영입하는 것으로써 이미 보유하고 있는 아이덴티티와 생산력에 부가가치를 더하기만 되기 때문이다.21세기에 적합한 새로운 디자인 협력 모색을 향하여 한국은 1980년대 한국디자인진흥원을 비롯한 디자인 산업 육성을 지원하는 기관들을 통해서 디자인 의식과 중요성을 구축해 왔다. DDP디자인페어가 추진하는 소상공인 X 디자이너를 위한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는 활력있는 디자인계가 형성돼 있으며 글로벌 디자인 파워하우스로 부상하고 있는 한국 디자인계가 나아가야 할 타당한 다음 단계다. 1980년대까지 산업화와 2000년도 경제 금융화를 거친 후 지금은 사업의 성장을 도모해줄 새롭고 보다 사려깊은 협업 컨셉이 요구되는 때다. 환경보호법은 유해 요소 감축, 효율적인 자원 활용 및 폐기물 재활용을 장려하고, 신세대 소비자들은 기업투명성과 자원추적가능성 등 기업운영 표준을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SME)은 특화된 틈새시장(niche)에 강하다. 디자인은 혁신적 제품과 서비스 컨셉 창조와 기성 제품의 개선(환경성 재고와 소비자 트렌드 반영 등)에 기여할 수 있다.중소기업과 디자이너의 협업 성공 사례의 비결은 무엇일까? 이탈리아의 디자인 제조업체들 - 예컨대, 아르테미데(Artemide), 알레시(Alessi), 자노타(zanotta) - 의 원동력은 디자인을 향한 열정과 장기적 헌신이다. 제품을 사용하는 가족 구성원과 회사 직원들에게 의미, 자부심, 안정감을 주는 이 기업들은 컬렉션 프로젝트에 마다 여러 디자이너를 영입해 협업했다. 독일의 경우, 페스토(Festo)나 두르스트(Durst) 같은 강소 중소기업의 강점은 특화된 기술 분야 혁신과 기술적 탁월성에 대한 신념이다. 이들 업체들의 존재 이유는 단기 고수익 달성이 아니다. 그들의 성공 비결은 장기적 안목으로 혁신을 양성하고 더 우수한 기술로 앞서가겠다는 투지다.디자인 협업앞서 1960년대부터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디자이너와 협업했다. 때로는 사내 자체적 디자인 역량이 부족해서 또 때로는 관습에 빠져있는 사내 디자인부서에 새 영감을 불어넣기 위함이었다. 자동차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자로(Giorgetto Guigiaro)는 페라리, 마제라티, 알파 로메오와 협업했고, 조반니 베르토네(Giovanni Bertone)는 람보르기니, 피아트, 볼보를 위해 차를 디자인했다. 오프화이트와 버질 아블로, 유니클로와 질 잔더 협업 등 디자인 협업은 패션 디자인 분야에서 두드러진 모델이다. 디자인 협업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도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사내 디자인부서 설립에 투자비용과 시간을 소요할 필요 없이 업체에 즉시 디자인 역량과 경험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기업은 새 디자인을 시장에 소개하는 것 만으로도 경쟁시장 내에서 업체의 포지셔닝이 근본적으로 개선된다는 사실이다. 디자이너와 기업 간 좋은 매칭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디자인 감사(design audit)를 실시해야 한다. 효과적인 디자인 협업에 착수하려면 클라이언트는 영입된 디자이너가 제공할 디자인이 사업체의 시장 내 위상을 전환시켜 줄 것이란 비전과 장기적 안목을 공유해야 한다. 디자인 협업은 디자이너와 업체가 서로를 동등한 파트너로 대우한다는 원칙 하에서 출발한다. 디자이너와 업체 간의 좋은 매칭을 보증해주는 디자인 감사는 디자이너와 기업 양자의 역량과 동기를 측정하는 것이 목표다. 협업한 디자인 프로젝트에 영원한 동기를 유지하려면 디자이너와 업체는 제품 개발 업무에서 비롯된 리스크(risk)와 보상(reward)을 공유해야 한다. 디자이너는 매출 성공에서 비롯된 동의된 커미션율을 보상받아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디자이너와 기업 클라이언트 사이에서 촉매제 겸 지원 및 컨설팅 역할을 담당할 디자인기관의 감독 하에 디자인 협업을 위한 디자인 감사→프로젝트 분석→디자이너·기업 매치메이킹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다. (사진 1) 창조인들은 경쟁적이도록 훈련받지만 복잡한 문제는 협동해야 해결할 수 있다. 마리오 갈리아르디가 건축가, 디자이너, 엔지니어, 자원관리 전문가들과 걸프 중동의 혁신적 지속가능한 공동체 구축을 위한 프로젝트에서 협업하는 모습. ©Mario Gagliardi Design.(사진 2) Future City Collaboration ©Mario Gagliardi Design.
글 / 김신(디자인 칼럼니스트) 사업을 하는 사람들과 디자이너가 협업한 사례는 언제 시작되었을까? 디자인이라는 개념은 산업혁명, 다시 말해 대량생산의 산물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대량생산 체제는 19세기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탄생했다. 게다가 그 시기의 사업가들은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하기보다 기계를 이용해 상품의 가격을 낮추는 데 급급했다. 진정한 의미의 디자인 개념이 탄생한 것은 20세기 들어와 독일의 혁신적인 디자인 학교 바우하우스, 미국 최초의 산업 디자이너가 등장한 1920-30년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상공인과 디자이너의 협업은 그것보다 훨씬 오래되었다. 세계 최초로 디자인을 적극 활용해 비즈니스를 확장한 사람은 영국의 조자이어 웨지우드다. 산업혁명 초기인 18세기 중후반부터 오늘날의 디자인 개념을 도입했으니 정말 빠르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에는 사실 ‘디자인’이라는 용어조차 없었다. 디자인이라는 말은 20세기 전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그러니 조자이어 웨지우드야말로 선구적인 경영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도 사업 초기에는 오늘날의 소상공인에 가까웠다. 웨지우드는 이제 막 부자가 되기 시작한 런던의 자산가들을 유혹하려면, 무엇보다 다양한 디자인의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찍이 인식했다. 또한 유행에 민감한 런던 중상층을 겨냥했으므로 지방의 도자기 공방에서 일하는 도공들로는 이 유행을 충족시키기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리하여 런던에 거주하는 예술가를 직원으로 고용하지 않고 ‘아웃 소싱’으로 활용하는 탁월할 경영 능력을 보여줬다. 그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을 가리켜 ‘모델러(modeller)’라고 불렀다. 영국의 디자인 역사학자인 에이드리언 포티는 이를 최초의 디자인 협업 사례라고 평가한다. 결과는 무척 긍정적이었다. 늘어나는 중상층의 안목을 만족시킴으로써 웨지우드는 영국의 대표적인 도자기 브랜드가 된 것이다. 상생 디자인의 다섯 가지 이익 18세기에 이미 디자인의 성공사례가 있었으니 21세기에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소상공인과 디자이너의 상생 디자인이 어떤 이익을 줄까? 첫 번째는 오리지널 디자인을 갖는다는 것이다. 한국이 선진국으로 거듭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은 한 것은 기업들의 고유 모델 개발이다. 오늘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한국의 대기업들도 처음에는 미국이나 독일, 일본 제품의 조립공장에 불과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1976년에 첫 생산된 포니가 최초의 고유 모델이다. 당시 한국 자동차 산업은 자동차를 디자인할 능력이 없어서 이탈리아의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에게 의뢰해 첫 오리지널 모델을 개발했다. 포니로부터 현대자동차의 신화가 시작되었고, 오늘날 글로벌 100대 브랜드 가운데 36위, 자동차 부분 5위에 올랐다. 을지로에 거점을 둔 조명 브랜드 아고(Ago)는 한국의 조명산업에서 부족한 ‘오리지널리티’를 보완하고자 1919년에 출시되었다. 을지로에서 조명 유통을 하는 이우복 대표와 스웨덴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유화성이 만나 서로의 장점을 공유하며 브랜드를 만든 것이다. 김진식 등 국내외 디자이너들이 협업해 오리지널리티가 분명한 조명을 생산해 출시한 지 불과 1년 만에 월페이퍼 디자인 어워드 2020에 선정되었다. 굳이 제품이 아니더라도 소상공인의 고유한 디자인은 대단히 중요하다. 점포 하나를 운영하더라도 간판부터 매장의 인테리어, 명함, 홍보물 디자인은 그 점포에 대한 신뢰성을 높여준다. 오늘날 모던 상업공간이 네티즌들에 의해 평가를 받고 그 평가가 공개되는 세상이다. 많은 이들이 평가하는 기준 가운데 그 매장이 판매하는 상품(그것이 음식이든 머리커트 같은 서비스든)의 품질뿐만 아니라 눈에 띄는 모든 시각적 대상의 디자인 역시 포함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상품의 질과 특성, 직원의 서비스, 그리고 시각적이고 물리적인 디자인이 종합돼 소상공인의 작은 사업도 하나의 브랜드가 된다. 두 번째는 디자인은 단지 상품의 외관만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디자인은 소비자에게 상품이 전달되는 전 과정에 관여한다. 디자인은 상품의 개발과정과 그것의 유통, 그리고 대중의 시선에 노출되고 판매가 이루어지는 매장과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서비스를 모두 포함한다. 물론 일시적으로 벌어지는 홍보와 프로모션도 중요한 디자인 대상이다. 어떤 사람이 대기업의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대리점을 방문하면, 그는 그 작은 대리점 공간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이 그 통신사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다. 결국 특정 장소의 아주 구체적인 경험이 글로벌한 대기업에 대한 인상을 만든다. 그곳의 간판, 내부의 세련된 디자인, 직원의 전문적이 응대로부터 그 브랜드에 대한 믿음이 생겨나는 것이다. 물론 대기업 대리점에 방문하는 소비자는 이미 막대한 광고, 홍보의 힘으로 그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와 믿음 갖고 입장한다. 하지만 소상공인의 매장에 들어설 때 소비자는 그곳에 대한 사전 이미지가 전혀 없다. 그 장소의 경험이 해당 소상공인의 브랜드를 경험하는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 매장은 단순히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말하자면 광고이고 홍보이며 프로모션 공간인 셈이다. 그곳은 대단히 적극적으로 디자인되어야 한다. 방문자가 그곳에서 상품과 서비스의 디자인이 세련되고 특별하다고 느끼면, 그곳을 대기업이 운영하는 것으로 느낄 것이다. 이처럼 디자인이란 제품의 외관에 국한되지 않고 총체적인 것다. 결국 소상공인의 작은 사업이라고 할지라도 브랜드 개념을 갖고 시작해야 한다. 인식의 문제에서는 규모가 아니라 물리적인 경험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소상공인에게도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 세 번째 상생 디자인의 이익은 소비자에게도 돌아간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상품은 그 규모로 인해 재빠르게 새로운 트렌드를 수용해서 대응하기 쉽지 않다. 이에 반해 소규모 인원이 운영하는 소상공인의 상품은 훨씬 빠르게 시대의 트렌드를 적용시킬 수도 있다. 물론 개발 기간과 엄청난 투자비가 들어가는 아이티 관련 제품은 예외겠지만, 라이프스타일 관련 상품들은 이에 적합하다. 최근 젊은 세대의 인테리어와 라이프스타일 관련 상품에 대한 관심과 소비는 거의 폭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상품의 다양성을 추구한다. 이러한 시대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 소상공인의 장점이고, 그들이 적절한 디자이너를 찾는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시장의 다양성이라는 결실로 나타나 소비자에게 이익을 준다. 마지막은 디자이너에게 돌아가는 이익이다. 과거 소상공인들은 디자인이 필요하면 대개 간판집이나 명함집, 인쇄소처럼 제작과 시공은 가능하지만 디자인의 전문성이 없는 곳을 찾았다. 그로 인해 미적 감각이 떨어지는 상품과 인쇄홍보물, 간판들이 판을 치는 원인을 제공했다. 최근 주변을 둘러보면 그런 낙후된 디자인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제 소상공인들도 디자이너와 적극적으로 협업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최근 기업의 문이 좁아져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기회가 적어지고 있다. 이때 굳이 대기업만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오늘날 소상공인들과의 협업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이 시장은 디자이너들에게 또 다른 기회를 줄 것이다. 이상 살펴본 것처럼 소상공인과 디자이너의 상생 디자인은 모두에게 이익을 준다. 이미 잘 하고 있는 대기업과 중견 기업이 아니라 소상공인과 디자이너가 만나는 것이야말로 우리 경제와 우리 삶의 환경을 풍요롭게 만드는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