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생활 속 소소한 즐거움이 깃든 물건, 사람, 생각을 디자인에 담았습니다.
DDP디자인론칭페어와 함께 당신만의 뷰티풀한 디자인 세상을 만나보세요.

  • 글로컬과 지속가능성

    론칭 큐레이터 송봉규

    2025년을 리딩하는 디자인 트렌드 중 지역 중심의 디자인과 지속 가능성은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지역 중심의 디자인은 로컬 자원과 전통을 기반으로 하여,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독창적인 디자인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이는 글로벌화 속에서 지역의 고유한 가치와 문화를 보호하며, 제품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지속 가능성을 실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지역에서 생산된 재료와 로컬 장인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 특히, 지속 가능성은 순환 경제와 친환경 재료 사용을 강조하며, 제품의 생애 주기를 고려한 디자인을 추구한다. 예를 들어, 지역 생산 재료와 친환경 공정은 장기적으로 제품의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로컬 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결국, 지역 중심의 디자인은 단순한 디자인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지는 과정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이는 지역 커뮤니티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또한, 새로운 소재를 통한 혁신은 지속 가능성과 기술적 진보를 통해 디자인의 경계를 확장하는 주요 요소로 부각될 것이다. 바이오 소재와 고성능 나노 소재는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디자인의 가능성을 크게 확장시킨다. 예를 들어, 바이오 플라스틱은 식물 기반 원료로 만들어져 자연에서 분해되며,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한다. 이 소재는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나며, 다양한 형태로 가공할 수 있어 패키징, 가구, 소비자 제품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 IKEA는 바이오 플라스틱을 활용한 가구를 출시하여, 환경친화적이면서도 디자인적으로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했다. 또한, 해양 폐기물 재활용 소재는 바다에서 수거된 플라스틱을 활용하여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Adidas의 Parley 라인은 이 방법을 통해 운동화와 의류를 제작하며,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고성능과 스타일을 갖춘 제품을 제공한다. 이러한 소재는 지속 가능한 패션을 선도하며, 소비자들에게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신소재의 도입은 제품의 내구성, 기능성, 그리고 디자인적 요소를 동시에 고려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혁신적인 접근 방식을 제시한다. 소재 혁신은 디자인의 창의성을 높이고, 환경적 책임을 다하는 중요한 경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24-12-0227
  • 자기 스스로를 향한 추구미

    론칭 큐레이터 이정은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는 온라인 콘텐츠 큐레이션에서 이미 활발하게 적용되었지만, 2025년에는 디자인 분야에서 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초개인화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성향, 취향, 상황, 필요를 정교하게 분석하여 개별 맞춤형 경험을 제공한다. 점차 고도화된 이 서비스는 단순히 개인 맞춤형 제품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소비자가 정서적으로 깊이 연결될 수 있는 심미적이고 감성적인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게 한다. 최근 젊은 세대에게 많이 언급되는 ‘추구미’는 디자인 트렌드에 있어 하나의 전환을 의미한다. 추구미는 개인이 자신만의 아름다움과 개성을여과 없이 표현하는 것을 권장하며 소비자들은 특정 트렌드를 따르기보다 자신 스스로가 정의하는 미적 가치와 만족을 추구한다. 이런 특성은 더 많은 소비자가 표준화된 미학을 벗어나 자신만의 스타일과 정체성을 반영한 콘텐츠를 선호하고 소비하는 최근의 경향성을 잘 보여준다. 초개인화 알고리즘은 실시간으로 수집되며 업데이트되는 개인의 데이터를 통해 개인이 추구하는 기준에 적합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AI 기반 디자인 도구를 통해 소비자의 기호나 행동 패턴을 분석해 최적화된 색상, 재질, 형태, 기능을 제안한다. 패션, 인테리어, 가구 디자인 분야의 플랫폼에서 폭넓게 초개인화 전략을 활용하며 사용자 중심의 미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대량생산에 기반한 획일적인 디자인보다 점점 더 커스터마이징과 맞춤형 디자인을 통해 소비자 각자가자신의 미적 기준에 부합하는 제품을 제작하고, 선택하고,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확장하는 것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디지털 기술과 개인의 감성적 경험이 결합된 형태로 알고리즘에 기반한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디자인이 단순한 상품이 아닌 ‘나’의 추구와 만족, 삶의 가치를 표현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역할 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2024-12-0214
  • 사람과 사람, 사람과 환경의 융합

    론칭 큐레이터 김종완

    2025년을 이끌어갈 디자인 트렌드는 지속 가능성과 혁신, 그리고 사람과 환경을 아우르는 따뜻한 연결성을 중심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디자인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넘어, 우리 삶의 질을 높이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강력한 도구로 자리잡고 있다. 먼저 디지털 기술과 자연의 융합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가상 현실(VR)과 증강 현실(AR) 같은 디지털 기술은 소비자 경험을 향상시키고, 디자인의 가능성을 무한히 확장시킨다. 이와 동시에, 자연의 색채와 텍스처, 유기적 형태를 디지털 디자인에 반영해 따뜻하고 인간적인 감성을 더할 것이다. 이러한 기술과 감성의 조화는 디지털이 제공할 수 있는 차가운 편리함을 넘어서 사람들과 깊이 있는 정서적 연결을 만들어낼 것이다.이에 따라서 개인 맞춤형 디자인의 확대가 이루어지며, 사용자의 니즈에 맞춰진 개별화된 디자인은 각자의 고유한 정체성을 반영하고, 일상에서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준다. 맞춤형 가구, 의류, 공간까지 사용자 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해 더욱 개성 있고 편리한 라이프스타일을 지원하게 될 것이다.또한 지역성과 공동체 가치를 강조하는 디자인이 주목 받을 것이다. 지역적 문화와 자원을 존중하고 활용하여 디자인에 녹여냄으로써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공동체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디자인이 증가할 것이다. 이는 디자인이 단순히 물건을 만드는 것을 넘어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환경을 연결하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다시금 부각시키게 할 것이다. 2025년의 디자인은 지속 가능하고 혁신적이며, 더불어 깊이 있는 감성적 연결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디자인은 기술과 감성을 결합해 더욱 따뜻하고 포용력 있는 미래를 만들 것이며,우리 모두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움직임을 선도하게 될 것이다.

    2024-12-0213
  • 그래도 자연, 나만의 집, 결국 AI

    론칭 큐레이터 최지연

    온 인류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가속화되고 있어 우리를 둘러싼 기후는 더 이상 우리에게 익숙한 환경이 아니고, 기술의 발달은 우리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무엇인가 시도를 계속적으로 하게끔 한다. 코로나 팬데믹은 언젠가 우리의 일상이 갑자기 무엇인가에 묶여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새로운 불안감을 안겨줬다. 안정적이고 멈춰져 있는 시간보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변할 수 있는 환경 속에 적응하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에 갇힌 현대인에게 디자인은 하나의 실체가 되어 위로가 되기도 하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수단이 된다.2025년을 리딩하는 디자인 트렌드 중에 CMF관점으로는 자연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컬러와 소재감, 형태감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기적인 형태감, 자연에 친화된 소재거나 러프한 터치감의 질감 표현이 주는 풍부한 자연미는 지속적인 트렌드로 사랑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에게 가장 안정감을 주는 것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기 때문이다.다음으로 끊임없는 변화에 직면하면서 받는 피로감은 바깥으로의 영향력에 구애받지 않는 오롯이 나만의 장소와 시간에 대한 강한 요구를 만들어 낸다. 이러한 피로감은 나의 정신적, 신체적 돌봄에 대한, 그리고 나만의 오롯한 공간의 중요성을 계속 대두시킬 것이다. 이는 “집”이라는 개인화된 공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홈 인테리어와 리빙 디자인이 중요한 트렌드로 계속될 것이다.마지막으로 AI의 기술의 발달이 디자인 트렌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AI의 솔루션으로 우리의 삶에 서비스의 영역으로 도움을 주겠지만, AI가 디자인하는 여러 다양한 결과물들도 새로운 장르로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다. 다소 키치적일 수도 있겠고, 인간적인 범주에서 벗어난 미적 사조가 낯섦에서 익숙함으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측된다.

    2024-12-0218
  • Non-rhetorical: 수사학적이 아닌, 진정성이 중요해

    론칭 큐레이터 손동훈

    요즘은 시대의 변화가 빠르고 디자인에 대한 사람들의 안목도 높아짐에 따라 쉽게 디자인 트렌드를 예측하거나 제시하기에는 조심스럽다. 그러나 페어와 연관 지어 디자인 트렌드에 대한 키워드를 제시한다면 ‘Non-rhetorical: 수사학적이 아닌’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패션 디자이너 라프시몬스는 2025년 프라다 컬렉션에서 이루어진 현장 인터뷰에서 요즘은 누구나 자신을 수퍼 히어로로 만드는 시대라고 말하며 이것이 이미지의 과부화와 연관되어 있다고 언급하였다. DDP디자인론칭페어는 이미지의 시대에 실물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중요한 디자인 이벤트라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나 브랜드가 자신의 철학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수사적 표현들은 오히려 사람들에게 부담감으로 작용하게 되는데, 디자인 철학이라는 것은 공감하는 것이지 강요한다고 하여 이해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페어에서 우수한 작품들 또한 조형과 기능, 감성품질적 측면에서 담백하게 디자이너의 생각과 브랜드의 정체성을 풀어낸 경우가 많았고 이러한 한걸음 한걸음이 말이 아닌 실력으로 디자인 철학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디자인 결과물에서도 그러하듯 앞으로 브랜드나 디자이너가 써 내려갈 이야기 또한 수많은 과정의 축척을 통해 두껍게 쌓아간다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너무 느리지도, 너무 급하지도 않게, Non- rhetorical한 방식으로 과도하게 포장하지 않고 담백하고 진정성 있는 디자인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4-11-3014
  •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가장 쉬운 방법

    계원예대 리빙디자인과 교수/컬래버레이션 큐레이터 하지훈

    작가로서 작업에 대하여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왜 전통을 소재로 작업을 하나요?’ 이다. 아마도 이러한 모습이 일반적으로 느껴지지 않거나 혹은 다른 좋은 게 있는데 왜 굳이 전통에서? 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신이 아닌 이상 인간이 할 수 있는 창조는 이미 존재하는 것을 새롭게 보이게 만드는 작업이다. 무엇인가 없다면 창조를 못 해내는 것 이 인간이다. 그렇기에 과거의 것을 기웃거리며 소재 삼는 것이 당연한 창조의 행위인 것이다. 심지어 해외 유수의 디자이너들은 새로움을 만들기 위해 다른 나라의 전통까지 기웃거리는 마당에 우리는 우리 것부터 소재 삼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전통 가구 중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느끼는 것은 소반이다. 다른 문화의 테이블과는 확연한 차이점, 각상(1인 1상)이나 좌식용이나 나주반, 통영반, 해주반 등 지역적으로 확연히 구분되는 점 등은 형태적 아름다움 이상을 느끼게 해준다.    어느때 보다 플라스틱이라는 소재가 비난을 받는 시대에 굳이 플라스틱을 사용한 소반을 디자인해야 했을까? 나의 대답은 플라스틱이 나쁜게 아니라 나쁘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쉽게 쓰고 버리는 나쁜 사용을 줄이고 오랫동안 아끼고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플라스틱이 500년 동안 썩지 않는 다면 반대로 500년 동안 대대손손 물려주며 사용할 수 있다. 사진의 RE:SOBAN은 LET ZERO 라는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제작되었고 재활용 플라스틱 외에는 어떤 다른 소재가 섞여있지 않아 폐기시에도 100% 다시 재활용 된다. KNOCK-DOWN 방식으로 디자인되어 운반 시 3분의 1 사이즈로 부피가 줄어든다. 소반이라는 전통 아이템이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의 시대성을 반영하여 ‘미래의 전통’이 된 것이다.   1회용 플라스틱 용기는 재료의 나쁜 사용방법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코로나가 한참 유행하던 기간에 매일같이 쌓이는 배달용 밀키트 케이스를 보면서 올바른 사용방법을 제안해 보겠다는 생각의 결과가 한옥 밥상보다. 1회용기와 동일한 소재와 제작방법을 사용하지만 아끼고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 나는 디자이너로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다거나 소재의 재활용 보다 오랫동안 쓰게 만드는 것이 더 나은 방향이라 생각한다.     오랫동안 사용하게 만드는 방법은 내구성 뿐만 아니라 한옥 지붕에서 보여지는 미감이 기물을 소중하게 여기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 사용할 때나 그렇지 않을 때 모두 가치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우리의 과거를 탐구하다 보면 그 진가를 알아주지 못한 미안함과 마치 잘 익은 과일을 허락없이 따먹는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죄책감이 들 정도로 쉬운 창조의 원천이 너무 가까이 있어 잘 보이지 않을 뿐. 

    2023-12-0694
  •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을 위한 디자인

    Maezm 공동대표/ 컬래버레이션 큐레이터 신태호

    유엔에서는 2016년부터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를 발표하며 2030년까지 17가지 주 목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총 17가지 주목표 중에 12번째 목표는 '지속 가능한 소비와 생산(Responsible Consumption and Production)'이다. 빈곤, 기아, 성 평등, 위생 등 다양한 인류의 문제와 더불어 지구 환경 개선을 위한 목표 중 가장 우리 삶에 밀접한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지속 가능한 소비와 생산은 과연 무엇이고, 우리는 디자이너로서 어떤 것들을 할 수 있을까?   먼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지금은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용어지만, 그 시작은 1987년 세계 환경개발 위원회(WCED)에서 발표한 보고서이다. 그 보고서에는 지속 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미래 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이라고 정의하였다. 즉, 다음 세대에 자원을 남겨줄 수 있는 선에서 지금의 자원을 소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사실 그 시작은 ‘나무’ 다. 산업화된 목재 자원은 관리되는 숲에서 자라게 되고 일정 기간이 되면 베어져서 소재가 된다. 벤 자리에는 다시 어린 나무를 심어 그 주기를 맞추는 것이 바로 지속가능성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시대에 와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라는 용어가 많이 보이는 이유는, 모든 산업의 자원 활용에 그러한 논리가 적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 디자인은 이러한 흐름과 어떠한 연관을 맺고 있을까?   디자이너는 생산과 소비에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실무자이다. 상품이 시장에 선보이기 전에는 그 상품이 어떤 형태와 기능을 지녀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역할이라면, 그 상품이 시장에 나온 이후에는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한 모든 매체를 디자인해야 한다. 그것을 우리는 제품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브랜드 디자인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분류하기는 하지만 디자이너는 상품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영역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사실 가장 크게 대두되고 있는 것이 바로 소재이다. 생산과 연결 지어 생각해 보면 소재는 가장 기초가 되며 산업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상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소재가 중심이 되어 논의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소재는 대부분 가격에 의해 결정이 되고 그마저 개발과정에 후순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근래 많은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소재-중심 디자인 방법론(Material-driven Design Methodology)의 확장으로 소재를 어느 단계에서든 가장 우선으로 고려하고 모든 프로세스를 소재가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하는 시도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경제적 논리에 의해 상품을 바라봐왔던 시각이 환경적 논리까지 함께 고려해야 되면서 자연스럽게 소재가 중심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디자이너는 단순히 소재의 가공과 활용뿐 아니라, 소재의 생산-사용-폐기의 전 주기 시스템을 파악해야 하고 그 안에서 최선의 방법으로 디자인해야 할 것이다.   디자이너의 역할은 단순히 상품을 만들 때 소재를 생각한다에 그치지 않는다. 상품이 만들어지고 나서도 소재에 대한 필요성과 당위성을 끊임없이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이는 소비자를 설득하는 과정이다. 기존의 경제 논리로 보자면 지속 가능한 소재로 만든 상품이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생산-사용-폐기까지 전 주기에서 환경적 가치를 따진다면 결코 높은 비용은 아닐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지금 당장이 아닌 미래에 발생될 비용을 소비자에게 함께 나누자고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개개인이 아닌 사회와 환경을 생각해야 가능한 논리인데, 그러한 논리를 표현하고 이해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그로 인해 소비자는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소비 행위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한 장의 투표라고 생각한다면, 소비자는 디자인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정보가 아닌 정제되고 정확한 정보로 자신이 지지하는 가치에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시대든 항상 그 시대의 '시대상'이 반영된 디자인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영향을 끼쳐왔다. 지금 시대에 필요한 시대상은 무엇일까? 그런 의미에서 세상의 어지러운 뉴스들과 더불어 유엔의 지속 가능한 소비와 생산'의 발표는 디자이너로서 충분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2023-11-1682
  • 시대와 세대가 원하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과제

    종킴디자인스튜디오 대표/론칭 큐레이터 김종완

    나의 두 번째 책인 <공간 산책>의 에필로그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요즘 한국이 바게트 빼고 다 이겼다” 대한민국, 그중에 ‘서울’은 여러 방면에서 역량이 최고 수준에 달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최고의 수준에 수순처럼 따라오는 풍요로운 환경 속에 사는 것이 축복이기도 하지만 나와 같은 업을 가진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어떻게’ 새로운 시대에 발맞춰 기획하고 디자인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또한 깊어졌다. 빛의 속도로 발전되는 AI가 디자인 영역을 언제 장악할지에 조바심마저 스멀스멀 피어오르기까지 한다. 물론 사람의 감성을 진심으로 믿는 나에게는 아직도 멀게 느껴지는 부분이지만 AI의 커져가는 존재와 넓어지는 역량은 부정할 수 없는 요소임에 분명하다.   요즘 대한민국의 젊은 친구들은 소위 안목이 상향 평준화되었다 할 수 있다. 태어날 때부터 본능이라 해도 무리 없는, 예쁜 것에 대한 촉이 뛰어 나다. 여기에 자신을 가꾸고 사랑하는 마음까지도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상향 평준화를 손사래 치기 위해 먼저 썰을 푸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의 과제 결과물을 평가할 때 나 또한 반성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새로운 것들에 빠르게 반응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학생들에게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게다가 그들이 가진 새로운 재능은 한계도 없어서 정해진 틀을 거부하고 다양한 시도와 도전으로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해낸다. 틀과 규범에 맞춰 오와 열, 숫자를 맞추는 데 심혈을 기울이며 기술을 쌓았고 철학을 입히며 공간의 스토리를 만들었던 내가 지나왔던 예전과는 확실히 다른 그런 세계관이랄까! 이런 세계관과 더불어 교과서적 전문지식 하나 없이도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멋진 공간을 만들고 기립박수 받는 브랜딩을 척척해낸다. 전문지식이 없어진다는 건 디자인 분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다는 의미로 앞으로 우리나라에 디자인을 위해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생각해 보게 된다.     강의할 때 항상 강조하는 게 있다. “디자이너의 미래는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공간을 창조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정확한 활용 방안 제시하는 기획력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을 줄 알아야 한다”라고. 이것은 미래 세대에게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라 사실 나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이기도 하다. ‘그래, 그렇다면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담아야 하는데?’라고 역질문하게 될 것이다. 완벽한 정답이 존재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분야의 한계를 없애고 모든 카테고리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이 내 경험에서 우러난 최선의 답변이 될 수 있겠다. 나아가 모든 것을 넓게 포용하는 마음의 태도 역시 중요하다. 자신의 관심 분야가 아니더라도 알고자 노력하는 태도, 차별과 편견 없이 사람을 대하고 브랜드를 흡수하는 태도를 갖춘다면 견고하고도 오래 지속되는 디자이너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내밀어 본다.   패션 디자이너만이 명품 패션 브랜드의 크레에이티브 디렉터가 되던 진부한 시대는 지났다. 가수가 패션 디렉터가 되고 래퍼가 상업 디자이너가 되며 일반인이 세상 유명한 셀럽이 되는 세상이다.  그   누구도 아닌 그 누구나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 바로 이 글을 읽고 있는 젊은 친구들이다.  

    2023-11-1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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