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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움을 만들어내는 가장 쉬운 방법

계원예대 리빙디자인과 교수/컬래버레이션 큐레이터 하지훈
2023-12-0664

작가로서 작업에 대하여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왜 전통을 소재로 작업을 하나요?’ 이다. 아마도 이러한 모습이 일반적으로 느껴지지 않거나 혹은 다른 좋은 게 있는데 왜 굳이 전통에서? 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신이 아닌 이상 인간이 할 수 있는 창조는 이미 존재하는 것을 새롭게 보이게 만드는 작업이다. 무엇인가 없다면 창조를 못 해내는 것 이 인간이다. 그렇기에 과거의 것을 기웃거리며 소재 삼는 것이 당연한 창조의 행위인 것이다. 심지어 해외 유수의 디자이너들은 새로움을 만들기 위해 다른 나라의 전통까지 기웃거리는 마당에 우리는 우리 것부터 소재 삼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개인적으로 전통 가구 중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느끼는 것은 소반이다. 다른 문화의 테이블과는 확연한 차이점, 각상(1 1)이나 좌식용이나 나주반, 통영반, 해주반 등 지역적으로 확연히 구분되는 점 등은 형태적 아름다움 이상을 느끼게 해준다

 

어느때 보다 플라스틱이라는 소재가 비난을 받는 시대에 굳이 플라스틱을 사용한 소반을 디자인해야 했을까? 나의 대답은 플라스틱이 나쁜게 아니라 나쁘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쉽게 쓰고 버리는 나쁜 사용을 줄이고 오랫동안 아끼고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플라스틱이 500년 동안 썩지 않는 다면 반대로 500년 동안 대대손손 물려주며 사용할 수 있다. 사진의 RE:SOBAN LET ZERO 라는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제작되었고 재활용 플라스틱 외에는 어떤 다른 소재가 섞여있지 않아 폐기시에도 100% 다시 재활용 된다. KNOCK-DOWN 방식으로 디자인되어 운반 시 3분의 1 사이즈로 부피가 줄어든다. 소반이라는 전통 아이템이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의 시대성을 반영하여미래의 전통이 된 것이다.

 

1회용 플라스틱 용기는 재료의 나쁜 사용방법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코로나가 한참 유행하던 기간에 매일같이 쌓이는 배달용 밀키트 케이스를 보면서 올바른 사용방법을 제안해 보겠다는 생각의 결과가 한옥 밥상보다. 1회용기와 동일한 소재와 제작방법을 사용하지만 아끼고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 나는 디자이너로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다거나 소재의 재활용 보다 오랫동안 쓰게 만드는 것이 더 나은 방향이라 생각한다.    

오랫동안 사용하게 만드는 방법은 내구성 뿐만 아니라 한옥 지붕에서 보여지는 미감이 기물을 소중하게 여기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 사용할 때나 그렇지 않을 때 모두 가치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우리의 과거를 탐구하다 보면 그 진가를 알아주지 못한 미안함과 마치 잘 익은 과일을 허락없이 따먹는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죄책감이 들 정도로 쉬운 창조의 원천이 너무 가까이 있어 잘 보이지 않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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