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생활 속 소소한 즐거움이 깃든 물건, 사람, 생각을 디자인에 담았습니다.
ddp디자인페어와 함께 당신만의 원더풀한 디자인 세상을 만나보세요.

Maezm 공동대표/ 컬래버레이션 큐레이터 조은환 (Eunhwan Cho, Co-CEO of Maezm/Collaboration Creator)

지속가능성의 낭만적 시선

Maezm 공동대표/ 컬래버레이션 큐레이터 조은환
2023-10-07126

디자인에 있어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요즘, DDP디자인론칭페어 참가자와 멘토의 신분으로 마주하며 느끼게 된 것들이 있다우선 대부분의 디자이너나 소상공인들은 지속가능성을 친환경과 동일시하여 생각하고 있다는 것도 그중 하나이다이러한 생각들은 자연스럽게 지속가능성을 본인들의 결과물에 투영하고자 하는 바람에 영향을 주어생산에 소비되는 재료나 디자인 결과물의 폐기 후 처리 방식 등에 관심을 집중하게 만든다.

 

이는 바람직한 전개 과정임이 분명하지만 이런 대화를 반복하게 되는 나는 종종 모두가 하나의 방식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한 거부감으로 삐딱한 마음이 생겨나기도 한다그래서인지 멘티와의 대화 중에 지속가능성을 다른 방식으로 고민하고 표현할 방법은 없는지 되묻는 일이 많았다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한 삐딱함일 수도 있지만 생각해 보면 환경에 입각한 소재의 생산과 후 처리의 과정에서 개발자가 아닌 경우 시도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또한 전 인류의 거대한 움직임 속에 이러한 시도가 얼마나 효과적일지 또는 이러한 시도 자체도 결국 불필요한 무언가를 다시 양산하는 것은 아닌지를 생각하게 하며 더욱 삐딱하게 되는 것이다이러한 사고방식이 더 자라나면 결국에는 나 하나쯤이야로 귀결되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나의 관점에서는 쉽게 져버리기 힘든 고민이다.

 

지난 학기에 한 대학원 수업에서 학생들과 나눈 이야기도 이러한 배경에서 연결된다누군가는 환경을 위해 구매한 텀블러가 집에 몇 개씩 쌓여가고 있다는 푸념과 함께 종이 빨대로 음료를 먹을 때는 마치 물에 젖은 골판지 박스를 입에 물고 있는 것 같아 내키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이에 나는 농담으로, ‘그러고 보면 종이 빨대로 환경에 이바지하는 것보다그 불쾌한 느낌에 탄식하며 배출하는 탄소량이 더 많을 수도 있겠네요라며 웃고 넘어간 적이 있었다그리고 나서 며칠 후 나는 다시 커피를 마시며 종이 빨대를 받아 들고는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종이를 이렇게 매끈하고 단단하게 만들려면 코팅이 필요할 텐데 이건 100% 환경적인 종이이긴 한 건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뉴스에는 외국 연구결과를 들어 종이 빨대가 몸에 유해한 영향을 주거나 코팅 과정과 화학적 화합물이 더해져 재활용에도 부적합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단정하긴 아직 힘들지만 우리가 관심을 갖고 휩쓸리는 환경적 이슈들의 상당수가 이러한 이면도 갖고 있음을 부정하긴 힘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개인적으로 지속 가능함이란 성분과 순환과 같은 거대하고 분석적인 것이기 보다 좀 더 낭만적인 관점으로 이해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모두의 구호 아래 동조해야 하는 활동이기 보다 소소한 개인의 삶에서 사적으로 지향하는 낭만적인 것으로서 지속 가능함을 바라보면 그 단어의 있는 그대로의 의미가 더 커질 수도 있다오래전에 구매한 사적인 물품들을 계속 간직하고 사랑하는 것애착이 가는 것들을 잘 관리하고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물건을 구매할 때는 기능에서 나아가 조금 비싸더라도 오래 간직할 만한 것을 고르는 것무엇을 사려면 여러 날 고민하고 내 집에 들이는 것때로는 제 기능을 상실했음에도 함께한 시간과 기억 때문에 버리지 않고 가끔씩 꺼내 보는 것신중한 선택 후 함부로 바꾸지 않는 것결국 디자이너이자 소비자인 우리에게 있어서누군가의 골동품이 될만한 것을 만들고 간직하는 것도 지속 가능함의 한 측면일 수 있는 것이다.     

공간의 마지막 마감재, 라이팅
지구와 인류를 지속 가능케 하는 힘
TOP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