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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부분 조명디자인 트렌드

라이트팹 대표 정승문
2022-12-02132

시나 지자체 등 공공 기관에서 서비스할 수 있는 디자인 중 가장 큰 부분은 가로등입니다. 가로등은 어두운 밤 불빛이 환히 밝혀진 환경에서 시민들이 안심하고 걸어 다니고 차들이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합니다. 가로등의 디자인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어떤 모습으로 발전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한 사람이 사다리에 올라가서 가로등을 닦고 있습니다. 1800년대 모습입니다. 이 때는 가스나 기름을 때워 가로등을 밝혔습니다. 그 다음은 스페인의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가 디자인한 가로등입니다. 지금도 바로셀로나 공원에 가면 볼 수 있는데요. 불이 켜졌을 때, 불꽃의 부분이 노랗게 보이는 가로등입니다.


서울은 1930년대부터 그 모습이 사진으로 남아있는데, 1950년대까지는 거리 사진에서 가로등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도 가스등이나 벽열 전구가 있었기 때문에 카페나 가변에 있는 작은 보안등 정도는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서울 거리에 가로등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입니다. 1960년대 말 사진을 보면 광화문 광장에 가로등이 보입니다. 시청사 주변으로도 가로등과 차량 신호등이 보입니다. 당시 가로등은 노란 불빛이 특징인 나트륨 램프였습니다. 서울의 거의 모든 지역에 이와 같은 노란색 불빛의 가로등이 설치되었습니다.


1960대 말 광화문 광장에 처음 설치된 가로등은 1970년대까지 이어집니다. 이때 보이는 가로등이 세종로형 팔각테파폴입니다. 저는 이 세종로형 팔각테파폴을 ‘불후의 명작’이라고 부릅니다. 가로등 높이가 12m였는데, 당시 기술로 이 정도 높이의 폴을 만든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사실 이 디자인은 네덜란드 회사인 필립스가 일본 회사와 합작해 아시아권에 공급한 제품에서 따온 건인데요. 우리나라에서 이 제품을 본 따서 만든 가로등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습니다. 


1980년 기술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가로등의 램프 색깔이 노란색에서 하얀색으로 바뀌게 됩니다. 1980년대 사진을 보면 가로등 밑에 구멍이 뚫린 디자인이 보입니다. 하얀색 램프를 켜다 보니까 날벌레들이 많이 꼬이게 되는데요. 이를 방지하고자 이처럼 하단 부분이 개방된 형태의 가로등이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1980년에 들어서는 플라스틱 유리가 등장합니다. 세종로형 가로등들도 기존 유리 부분이 플라스틱으로 변경되었지만, 전체적인 디자인은 기존 형태 그대로 1990년대까지 이어집니다.


2000년대가 되어서는 등기구 디자인에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기존의 세종로형 등기구가 사라지고 컬러가 들어간 헤드가 나타납니다. 등주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헤드 컬러만 약간 바뀌면서 2000년대가 지나갑니다. 


2010년부터는 가로등에 다양한 변화가 나타납니다. 광화문 광장의 가로등 헤드 모양이 원형 등 다양한 형태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LED 램프로 교체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LED 램프의 가격이 기존 나트륨 램프보다 비싸다 보니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 등기구에 25W형 모듈을 5개, 6개, 10씩 배열한 형태가 나타나게 됩니다. 이때부터 모듈이 배열된 형태의 등기구가 우리나라 전역에 퍼지게 되는데, 이러한 모듈화 시스템은 전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보급된 특별한 형태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모듈 시스템이 활발하게 개발되면서 미국 경기장의 조명을 납품하게 되는 등 많은 일들이 벌어지게 됩니다. 램프의 컬러도 좀 더 다양해졌습니다. 예전에는 불빛이 노란색으로 나타나는 3000K 정도로 색온도 구간이 일률적으로 유지되었지만, 현재 광화문 광장의 가로등 램프를 보면 4000~4500K 정도로 보다 다양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가로등이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 요즘 트렌드를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최근 개장한 마곡 서울식물원에 가보면 멀티폴 스타일의 등기구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헤드가 여러 개 붙어 있어서 마치 꽃봉오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디자인의 변화뿐 아니라, 요즘에는 스마트-폴이라고 해서 폴 하나에 여러 기능을 다 심습니다. 가로등에 CCTV, 비상벨, 공공 와이파이, 스피커 등을 한 번에 설치하는 시스템이죠. 폴에 한 번에 결합하는 이유는 비용 때문인데요. 폴 하나를 세우는 데 비용이 얼마나 들까요? 신호등은 2500~4000만원, 가로등은 대략 1000만원 정도가 듭니다. ‘가로등이 얼마나 하겠어?’ 생각하겠지만 실제 투입되는 비용은 이처럼 굉장히 큽니다. 비용이 크다 보니 각각 따로 설치했던 부분들을 모아서 스마트 가로등에 설치하고 있는 것입니다. 서울시는 정책적으로 공원 등에는 반드시 스마트 가로등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처럼 시스템들이 모두 컨버전스될 것이라고 봅니다.


조명 분야는 정보가 적고 일반인이 접하기도 참 어려운 분야인 듯 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로등 특히 공공 분야의 디자인 라인은 굉장히 폐쇄적입니다.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어렵지요. 마지막으로 이 분야에 관심있거나 도전하고 싶은 분들에게 좋은 정보를 하나 추천드립니다. 독일에서 2년마다 열리는 세계 최대 조명 전시회인 ‘라이트앤빌딩’을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참여해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시길 조언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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