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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산업의 최대 화두 ‘사용자 중심’

㈜랩엠제로 대표, MAEZM 공동대표 신태호
2022-12-02133

21세기 디자인 산업의 최대 화두는 ‘사용자 중심’입니다. 사용자 중심 디자인 방법론은 사용자가 주인공입니다. 그래서 사용자의 경험에 방점을 찍습니다. 사용자 경험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기능이 굉장히 중요한 항목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용 기능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많은 문제점들이 야기되었습니다. 최근 트렌드인 지속가능성을 놓고 보았을 때 ‘과연 사용자의 기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옳은 것인가?’ 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소재 중심의 디자인 방법론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이전에는 제조 단계 끝단계로 여겨졌던 소재가 현재는 기획의 앞 단계로 나와서 전체적인 디자인 방법론을 이끄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 회사 이름은 M.0(Material Zero-base)입니다. 소재(Material)를 제로(0) 베이스로 본다는 의미인데요, 소재를 연구하면서 이를 제품으로 개발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석유 기반의 신생 플라스틱 0%, 즉 대체 바이오 소재 혹은 재활용 플라스틱으로만 생활 제품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디자인 결과물을 중심으로 설명을 해드리겠습니다. 저희 회사의 가장 최근 제품인 텀블러입니다. 겉 모습은 평범한 컵처럼 보이지만 바닥을 보면 이 제품만의 특징을 알 수 있습니다. ‘from wood to ground’. 나무를 기반으로 한 바이오 소재로, 일반 플라스틱과 똑같이 사용하지만, 사용 후에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나무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썩어서 없어지는 제품입니다. 컵의 이름은 리트컵입니다. 리트(REET)는 나무를 뜻하는 영단어 트리(TREE)의 알파벳 티를 뒤로 빼서 만들어진 단어로, 제품이 자연으로 돌아가 다시 나무가 될 수 있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소재에 대해 조금 설명드리자면, 결국 분자량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은 분자량이 높은 고분자 물질로, 분자의 무게가 많이 나간다고 보면 됩니다. 분자끼리 서로 꽉 잡고 있는 상태라서 고리를 끊고 분해되기가 어렵습니다. 리트컵 소재의 분자량은 플라스틱의 1/4 수준으로 나무와 흡사합니다. 그래서 20-30년 사이에 분해가 가능합니다.


제품 표면으로 보이는 것 이면에,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저희 브랜드의 철학입니다. 그래서 브랜드 네임이 ‘표면을 펼치다’라는 뜻의 언롤서피스(Unroll surface)입니다. 표면 아래 소재를 봄으로써 이제껏 당연시 여겼던 플라스틱 소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다음은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제품입니다. 흔히 PCR 플라스틱이라고 불리는 소재로, 재활용 플라스틱입니다. 플라스틱은 버려지고 나면, 수거되어 분쇄 과정을 거칩니다. 분쇄된 플라스틱 플레이크는 녹여져서 흔히 용융이라고 표현하는, 작은 알갱이 형태로 바뀌게 됩니다. 굳이 알갱이로 바꾸는 이유는 사출 성형에 적합한 소재로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다양한 플라스틱 조각들이 녹여지고 섞이게 되면 자연스럽게 회색이 만들어집니다. 완전한 하얀색을 만들기 위해서는 또 다른 첨가제가 필요한데요, 저희는 이 회색을 새로운 화이트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이 바로 펜을 꽂거나 트레이에 작은 소품을 보관할 수 있는 오거나이저입니다. 재활용 소재를 사용해서 투박한 회색이지만, 그 단점을 기반으로 활용도를 높인 제품입니다. 


다음으로 소개할 제품은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돌입니다. 흔히 문진이라고 불리는 제품입니다. 버려지는 제품에서 플라스틱 소재를 모으고 분쇄해서 플레이크 형태로 만들고, 이를 압축해서 커다란 패널로 만듭니다. 그리고 CNC 커팅으로 가공해서 문진과 같은 제품으로 제작합니다. 자세히 보시면 표면이 매끄럽거나 깔끔하지 못합니다. 균일하지도 않습니다. 다양한 소재가 혼합된 재활용 소재이기 때문에 석유 기반에 각 뽑아낸 신생 플라스틱하고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점은 오히려 장점이 됩니다 자연스러운 패턴, 질감의 물성이 플라스틱의 인공 느낌을 감쇄해 줍니다. 


다음은 버려지는 페트병을 재활용하여 펠트 소재로 만든 후 개발한 제품입니다. 첫번째 제품은 펜트레이입니다. 부드러운 펠트 소재로 만들어져 데스크 위에 자기만의 공간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페트병은 사용하고 난 뒤 수거가 잘 되면 좋은 퀄리티의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재 서울시에서는 투명 페트병을 별도로 수거해서 재활용하기도 하죠. 모아진 페트병은 마찬가지로 분쇄되어 플레이크 형태가 됩니다. 이를 녹여서 알갱이 형태, 일명 펠렛이라고 불리는 형태로 만들고 다시 녹여서 얇은 실로 뽑아냅니다. 안타깝게도 실제 산업에서 옷을 만들 수 있는 섬유의 비율은 10% 밖에 되지 않는데요, 저희는 이러한 제품을 조금 더 유용한 우리 생활 속 제품으로 개발하고자 합니다. 현재 펜트레이 이외의 다양한 제품을 개발 중에 있습니다.


또 다른 협업 사례도 소개 드리겠습니다. 언롤서피스가 스누피가든과 콜라보하여 개발한 겉에 스누피가 그려진 귀여운 화분과 모종삽 세트입니다. 사용된 소재는 PLA 라고 불리는 식물기반 플라스틱 소재로, 생분해 플라스틱 중 하나입니다. 옥수수 전분이나 해초류 등 자연계에서 존재하는 셀룰로스로 만들어져 미생물에 의해 분해가 가능합니다.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 전세계 최초로 스누피 본사로부터 케어 인증을 부여받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플라스틱의 대한 다양한 이야기의 기반은 저희가 출간한 ‘매터’라는 매거진입니다. 매터mater는 소재라는 뜻의 매터리얼material의 어원으로 물질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요, 흥미롭게도 이는 라틴어로 ‘엄마’라는 뜻에서 유래했습니다. 매거진은 전문적인 소재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소재를 통해 보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 첫번째 소재로 플라스틱을 선택했고, 플라스틱을 주제로 선택한 것이었고요.


저희 회사는 ‘자연 환경과 생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지속가능한 소재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연구소에서 소재를 연구하고, 언롤서피스 브랜드는 지속가능한 소재와 제품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며, 소재를 중심으로 세상 이야기를 전달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앞으로도 소재 중심 디자인 방법론에 따라 여러 사업 분야에서 사용자, 사용, 기능이 중심이 아닌 제조 단계로 여겨졌던 ‘소재’를 최우선으로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이루고자 합니다.

유머와 따뜻함을 전해 주는 오브제 거울, ‘미러 핍 Mirror Peep’
협업을 통한 지속가능한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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