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생활 속 소소한 즐거움이 깃든 물건, 사람, 생각을 디자인에 담았습니다.
ddp디자인페어와 함께 당신만의 원더풀한 디자인 세상을 만나보세요.

사용자 중심에서, 제조의 관점으로

맺음 대표 / 콜라보레이션 큐레이터 신태호
2022-11-05120

21세기 디자인 산업에서 가장 중심에 있던 화두는 사용자 중심User-centric’ 혹은 인간 중심Human-centered’ 입니다. 디자인의 시작부터 끝까지 사용자User’인간Human’을 중심에 두고, 그에 따른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 좋은 디자인의 방법론이라고 여겨졌습니다. 특히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로 대표되는 아이데오IDEO의 팀 브라운Tim Brown의 철학은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되어 문제해결을 위한 효과적인 도구로서 디자인을 바라볼 수 있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주어진 문제의 해결에만 초점을 맞춘 디자인은 결과적으로 더 큰 범위의 문제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사용자를 위해 제품의 사용에 집중하게 되고, 더불어 제품의 디자인을 기능적 측면에서만 강조하게 되면서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요구 받게 됩니다.

제품과 사용자는 어떻게 지속가능한 관계를 이룰 수 있을까요?’

 

이전에 사용자 관점에서 놓쳤던 화두인 지속가능성은 이제 디자인 방법론의 중심 단어가 되어 많은 곳에서 다양한 대답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으로 소재를 중심으로 디자인을 풀어가는 소재-중심material-driven 디자인 방법론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소재-중심 디자인 방법론은 이전까지 디자인 방법에 있어 항상 후순위로 고려되었던 소재라는 분야를 가장 앞으로 끌고 와서 각 단계별 모든 결정 사항의 핵심으로 두고 디자인을 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소재를 중심에 둔다는 말이 쉽게 들려도 사실 선뜻 이해하기 쉽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소재는 산업적인 측면에서 다루어져 온 반면, 디자인 분야에서 기능적 혹은 미학적 가치를 넘어 다뤄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왜 소재에 집중해서 디자인을 해야하는 걸까요?

 

우선 소재의 가능성을 발굴하기 위해서 입니다. 특히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는 신소재는 그 활용성을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제품으로써 우리 삶에서의 역할을 만들어 내기까지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때로는 제품까지 이르지 못하고 연구 분야에서만 머무는 경우도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신소재를 연구실 넘어 생활 공간까지 끌고 올 수 있는 것은 디자인으로 그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증폭시켜서 알맞은 제품으로 구체화시켰을 때 가능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소재를 우선해서 디자인 할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재의 가능성만으로는 소재-중심 디자인 방법론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합니다. 그 근간에 지속가능성을 항상 염두하고 디자인을 이끌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재를 먼저 본다는 것은 생산부터 사용, 유통, 폐기까지 커다란 라이프사이클을 놓치지 않고 살펴본다는 의미입니다. 디자인 과정에서 이전에는 고려하지 않았던 생산과 폐기의 영역은 이제 여러 환경 이슈들과 더불어 반드시 고려해야하는 대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예로 플라스틱 소재를 들 수 있습니다. 가볍고 단단한 플라스틱 소재는 50년 사이 단번에생산과 소비의 대표적인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는 뛰어난 물리적인 기능에만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어디서 만들어지고, 버려지면 어떻게 처리되는지에 대해 이제 와서 다시 되짚어봐야 한다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소재부터 고려하며 제품을 디자인을 한다는 것은, 석유 산업의 부산물에서 시작되는 신생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이 가능한 단일 소재로 만들며, 가능한 자연 소재를 사용함으로써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행위입니다. 이는 단지 제품의 지속가능성 뿐 아니라 사용자와 제품의 지속가능한 관계를 위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사는 환경안에서 건강한 사이클을 만드는 것이 사용자인 사람을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21세기 디자인계의 화두였던사용자-중심은 다시 20세기로 돌아가 제조의 관점에서 되짚어봐야 하는 시기가 왔습니다. 만드는 사람과 사용하는 사람이 서로 한참 떨어져 크게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었던 때에는 기능에 충실하고 경험을 만족시켜주는 디자인이 필요했다면, 이제는 생산부터 폐기까지, 만들고 사용하고 버리는 행위 모두를 놓치지 않고 살펴봐야하는 디자인 방법론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 중 소재-중심 방법론은 소재의 가능성을 발견하여 삶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결과물을 도출하는 지금 가장 필요한 디자인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즐거움을 더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런칭패드관
박서보 화백 참여한 루이 비통 ‘아티카퓌신’
TOP
a